소설가 박상영 "코로나는 누가 진짜 소수자인지 드러냈다"

입력 2022-07-27 15:46   수정 2022-07-27 16:03

“코로나 팬데믹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 것 같으냐고요? 누가 진짜 소수자인지 호명되는 시간으로요.”

소설가 박상영은 최근 연작소설집 <믿음에 대하여>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2년여가 우리 안의 혐오가 드러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른 이후 처음 내는 책이다.



“신윤복의 풍속화처럼, 2020년대의 초상를 남기고 싶었다”는 그의 말대로 이번 소설에는 현실 속 청년의 사랑과 좌절, 불안과 믿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요즘 애들’이라는 몰이해와 멸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리를 한번 잡아보겠다며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요즘 애들’), 코로나 감염자들의 동선 추적으로 불안에 떠는 동성애 커플(‘믿음에 대하여’) 등 4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됐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제 안에서 견고하다고 믿었던 세상이 깨지는 경험을 했어요. 관계에 대한 믿음, 정부에 대한 믿음, 종교 문제….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라 소설을 썼어요. 수록작 중 ‘믿음에 대하여’는 300매가 넘는데 쓰는 데 1달밖에 안 걸렸을 정도였죠.”

이번 책은 ‘박상영 시즌2’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커재단이 그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무장해제될 정도로 고백적(disarmingly confessional)”이라고 평했듯 과거 작품들은 ‘자기 고백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번 소설은 코로나19 방역과 인권 침해, 부동산, 청년 고용불안 등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박 작가는 “그간 마치 일기장처럼 보이는 소설을 신나게 잘 썼다”며 “이제는 렌즈를 바꿔서 좀더 넓은 렌즈, 허블망원경으로 세상을 직시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른 소설을 쓸 때보다 취재에 더 공을 들였다고 했다. 현실의 감염병 얘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를 찾아 자문을 받았고 ‘사이언스’ ‘네이처’와 같은 과학 잡지나 미국 질병관리청 문서 등을 찾아 읽었다. 박 작가는 “쉬운 문체로 쓰다 보니 그냥 휘뚜루마뚜루루 소설을 쓰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박상영은 취재광’이라고 꼭 써달라”며 웃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처럼 이번 책도 연작소설이다. 한 편의 소설은 그 자체로도 완성도를 갖췄지만 등장인물이 겹치는 등 다른 소설과 함께 읽을 때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이라는 이름의 한 사람이 중심이었다면 <믿음에 대하여> 속 4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인물이 바통 터치하듯 화자를 맡는다. 박 작가는 “‘박상영 유니버스’에서는 이태원에서 ‘영’과 <믿음에 대하여> 등장인물들이 마주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했다.

박 작가는 그가 쓰는 소설만큼이나 시대와 밀접한 작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으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부커상 후보 지명 이후 방송 출연, 인터뷰, 강연 요청이 쏟아져 작가 전문 소속사인 블러썸크리에이티브와 계약을 맺었을 정도다.

그는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것도 결국 책을 알리기 위해서고, 독자들은 문학에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제 본진은 문학”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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